Live at Blue Note Seoul

라이브 레코딩 세팅

세 번의 밤, 공간과 기술, 그리고 음악이 하나가 된 순간

서울 한복판, Blue Note Seoul은 340석 규모의 친밀한 공간입니다. 객석과 무대가 가깝고, 따뜻하면서도 저중역이 잘 정돈된 음향 특성을 가진 이곳은 재즈 라이브에 최적화된 장소죠. 잔향 시간(RT60) 0.8초, 무대에서 약 3.5m 떨어진 지점에서 음이 가장 자연스럽게 섞이는 이 공간에서, 저는 세계적인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와 그의 밴드를 세 번의 밤 동안 기록할 기회를 가졌습니다.

이건 단순한 녹음이 아니었습니다.

공간의 호흡을 포착하는 일, 즉흥 연주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는 일이었죠.

두 번째 챕터: 녹음은 살아 있는 동반자

FOH(Front of House) 사운드와는 독립된 평행 녹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. Pro Tools HDX 메인, Pyramix 백업. 실패는 있을 수 없었으니까요.

실시간 모니터 믹스는 Aviom 시스템으로 뮤지션들에게 전달했습니다. 하지만 중요한 원칙 하나는 지켰습니다.

👉 라이브 녹음에서는 압축을 걸지 않는다.

EQ는 저역 필터 정도로 최소화했고, 다이내믹은 그 순간의 연주자 손끝과 호흡에 맡겼습니다. 뮤지션들이 무대 위에서 느낀 리얼타임 리버브는 단지 모니터링용이었을 뿐, 원본에는 손대지 않았습니다.

세 번째 챕터: 스튜디오로 돌아와

Greit Studios의 컨트롤룸에 들어섰을 때, 여전히 Blue Note의 공기가 따라 들어온 듯했습니다. 저는 Neve 8078 (1978년 복원 모델) 앞에 앉아, 세 번의 밤을 다시 살려냈습니다.

믹스는 아날로그+디지털 경로로 진행됐습니다.

• 버스 컴프레션은 Neve 33609, 이어서 Shadow Hills Mastering Compressor, 마지막으로 Studer A827 테이프에 30 IPS로 프린트.
• 베이스에는 LA-2A로 살짝 레벨링, 드럼은 API 2500 병렬 버스로 펀치를 주었고, 피아노는 Fairchild 670으로 따스함을 더했습니다. 색소폰은 EQP-1A로 존재감을 조금만 밀어올렸습니다.

저는 편집에서 “불완전함”을 존중했습니다.

관객의 웃음, 의자 삐걱임, 연주자끼리 나눈 한 마디—그것들이야말로 이 앨범이 스튜디오 음반이 아니라 **‘공연의 기억’**임을 증명하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.

세트리스트: 세 번의 밤이 남긴 기록

첫째 날 – Standards

Miles Davis에게 헌정한 So What, Weather Report의 Teen Town에서 관객은 숨을 죽였다가 폭발적으로 환호했습니다.

둘째 날 – Originals

신곡 Detroit는 세계 최초 공개였고, 아프리카 리듬이 깔린 Gorée에서는 무대와 객석이 함께 몸을 흔들었습니다.

셋째 날 – Celebration

Papa Was a Rolling Stone이 펑크 대서사시로 펼쳐지고, Moonlight Sonata가 재즈로 재탄생하던 순간, 모두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. 마지막 앙코르, Amazing Grace의 솔로 베이스는 그 세 밤을 하나로 묶는 고백이었습니다.

크레딧

• Recording / Mixing Engineer: Sean Kim
• Assistant Engineers: James Park, Lisa Chen
• Mastering: Bob Power (Power Station)
• Producer: Marcus Miller & Sean Kim

마무리하며

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“좋은 소리”를 담아내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.

그것은 하나의 공간, 세 번의 밤, 네 명의 뮤지션, 그리고 수백 명의 관객이 공유한 호흡을 기록하는 과정이었습니다.

저는 여전히 테이프를 돌릴 때마다, Blue Note Seoul의 좁고 따뜻한 공기와, 무대 위에서 불현듯 솟구친 즉흥의 순간들을 다시 만납니다. 그것이야말로 이 앨범이 가진 가장 큰 힘입니다.